[PR業 리더를 만나다 ③] 신호창 서강대 교수가 만드는 ‘그랜드 스트래티지’

PR의 미래를 위한 대전략이 새로운 시대를 세우다

ai주식/주식ai : 더피알=김영순 기자 | “PR이 없었더라면 이렇게 오랫동안 교수를 할 수 없었을 겁니다.”진정성을 붙잡고 뚜벅뚜벅 우직하게 한길을 걸어온 신호창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에게 지속가능한 PR의 길을 물었더니 담백한 답변이었다.

주식 : 그는 서강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으로 건너가 켄터키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 석사, 오하이오대학교에서 PR 전공·언론학 박사를 취득했다.

이후 귀국하여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메릴랜드대학교 저널리즘대학 PR 분야 객원연구교수,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 서강대학교 지식융합미디어학부 교수, 한국공공외교학회 학회장 등을 거친 PR업계 최고 리더로 손꼽히는 인사다.

올해 퇴임 후 3월부터 명예교수가 된 그는 아직 할 일이 많아 보인다. 신 교수에게 앞으로 할 일에 대해 물어보니 산더미 같은 얘기가 쏟아졌다.

김대중 정신이 K-리더십의 부흥

신 교수는 크게 세 가지 해야 할 일에 대해 말했다. 첫 번째 키워드는 ‘김대중’이다. 그는 왜 지금 김대중 대통령을 제시한 걸까?

“우리 사회는 민주화가 빨리 됐음에도 발전을 멈춘 것처럼 앞으로 더 발전하리라는 보장이 없어요. 왜냐하면 안정이 안 돼 있고 짜임새가 없어요. 사회가 체계적이지도 않고 공동체 의식도 많이 함몰돼버렸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우리나라에 리더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최근 100년 역사에 딱 한 사람 있었어요. 그게 김대중이죠.”

신 교수가 생각하기에 김대중은 사람들이 잘 모르기도 하거니와 혹자에게는 혐오의 대상이기까지 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인물이다. 그는 그런 현상 자체가 우리 사회의 소중한 자산을 놓치는 것이라고 평가한다.

“하드웨어 파워는 흔히 자산을 말하는데 자산 중에서도 건물이라든지 경제적인 자산을 이야기한다면, 소프트웨어 파워는 명성, 신뢰, 그리고 인간적인 힘입니다. 만약 김대중이라는 인물에 대해 제대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말도 안 되는 혐오인 빨갱이, 거짓말쟁이라는 식으로 대하면 우리나라는 굉장히 중요한 자산을 잃어버리는 거예요. PR에서 제일 중시하는 게 소프트 파워고 비재무적 자산이거든요.”

그래서 그는 김대중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풀뿌리 운동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유명인 중심이 아닌 일반인 중심으로 기획됐다.

여기서 중요하게 여기는 개념이 ‘사이 너머’다. 인권운동가 강원용 목사가 제시한 개념인 사이 너머는 ‘사이를 넘어서’라는 의미로, 특정 진영끼리 어울려 활동하는 게 아닌 그루핑을 벗어나 넓은 관점을 갖자는 개념이다. 그는 풀뿌리 운동의 아이디어 제공자로 제한적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오래 걸릴 거라고 생각합니다. 광화문에 있는 세종대왕이나 이순신 장군이 인정받는 것도 몇 백 년씩 걸렸거든요. 적어도 한 200년 작업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이와 관련하여 일단 1인당 평생 1만 원의 모금 운동을 기획하고 있다. 이러한 모금 운동을 통해 100만 명을 모집하여, 그 자금으로 김대중 기념관을 메타버스 기념관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메타버스에 김대중 대통령의 모든 기록물을 아카이빙하는 것만 해도 최소한 15억 내지 20억 원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해외의 노벨 평화상 수상자들과 협력하여 김대중 정신을 세계화하고자 한다.

“케이팝이 뜨니까 세계에서 다 받아들였잖아요. 이제 K-문화뿐 아니라 K-정신을, K-리더십을 띄울 수도 있다고 봅니다.”

노인 문제 해결을 위한 화두

신 교수는 두 번째 화두로 ‘노인 문제’를 들었다.

“5년 전 ‘나도 이제 노인이구나’라는 생각에 관련된 책을 많이 읽었어요. 그 책들을 쭉 읽어보면 공통적으로 나오는 게 노인을 위한 시스템이 없다는 거예요. 병원도 전부 중장년층을 위한 병원이죠. 미국에서는 1년에 20만 명의 노인이 약 때문에 죽어요. 어린이를 위한 소아과 약은 있는데 노인을 위한 약은 없으니까 너무 과하게 처방되어 죽는 거죠. 돈이 많은 사람은 소외계층이 아니니 잘살 수 있겠지만 인류의 95%는 노인이 되면 쓰레기같이 버려지는 거예요.”

그는 초고령사회를 앞두고 이미 노인 문제에 대한 많은 연구가 이뤄졌지만 그 해결책이라는 게 현실성이 없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현실적으로 노인 개개인은 수십여 개 문제를 동시에 지니고 있다. 연구에서 나온 해결책은 지엽적이기에 이들 연구결과들을 통합해서 실현시킬 필요가 있다.

“노인이 되어 우울증에 걸리고, 동반자살하는 삶은 얼마나 비참합니까? 그게 지금 저출산의 원인이기도 하죠. 아니, 자기 자식이 태어나서 노인이 되어 힘들게 살 거라 생각하면 애를 낳겠어요?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서울로 올라와서 지방이 소멸되는 이유도 노인 문제와 연결됩니다. 노인들이 항상 하는 말이 서울과 대도시 옆에 살아야 스스로 안심할 수 있다, 보호받을 수 있다고 하잖아요.”

신 교수는 노인 문제를 크게 네 가지로 카테고리화했다. 첫 번째는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정신적·육체적인 문제다. 두 번째는 사회와 멀리 떨어져 고립되어 있다는 점이다. 세 번째는 노인을 위한 지식 창구가 없기에 발생하는 정보 부족이다. 네 번째는 기업이나 정부가 제공하는 실질적 후원 부족이다. 그는 이 문제들의 해법으로 메타버스 개념을 들었다.

“지금 일본, 독일, 미국처럼 선진국은 노인 문제를 지역마다 해결해요. 그래서 메타버스로 큰 플랫폼을 만들고 그 안에 수백 개의 세부 플랫폼을 만드는 방식으로 접근하고자 합니다. 이 어젠다를 이번 4월 총선이 끝난 후 국회에서 발표하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더 커진 PR의 미래, ‘그랜드 스트래티지’

신 교수는 세 번째로 PR이 커지고 제 가치를 인정받아 사회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PR 분야 전반을 지원할 계획을 갖고 있다. 그는 자신이 어느 한 특정 회사를 도와줄 수는 없으니 1인 싱크 탱크로서 ‘그랜드 스트래티지’를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저는 항상 그랜드 스트래티지(Grand Strategy) 방향으로 프로젝트를 했어요. 예를 들어 지금 미국이 이스라엘 전쟁에도 관여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에도 관여하는데 그건 대전략이 부족한 겁니다. 대만이나 중국까지 전체를 다 보고, 세계 전체의 공동체를 보고 방향을 잡아서 각각의 전략을 짜야 하는데 그러지 않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우리나라 역시 그랜드 스트래티지가 부족해요.”

그가 말하는 그랜드 스트래티지는 나무가 아니라 숲을 볼 줄 알아야 한다는 개념이다.

그는 지금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가 인기가 없는 것 또한 둘 다 그랜드 스트래티지가 없어서라고 지적한다. 국민은 두 사람이 정쟁을 한다고 생각하며 정치 리더로 보지 않는다는 평가다. 정치 이슈와 관련해 그는 과거 노무현 대통령 시절 전 부처 공무원 교육을 했던 사례를 들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커뮤니케이션을 매우 중요시했어요. 정책 담당 공무원들은 누구나 PR을 알아야 한다는 관점이었죠. 민주주의 시대에는 국민의 의견을 듣고 그 의견을 반영해서 정책을 개발해야 성공하잖아요? 아무리 좋은 정책도 국민이 반발하면 안 되잖아요. 노무현 대통령은 알았던 거예요.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를 갖고 있어도 소통이 안 되면 소용없다는 것을.”

그랜드 스트래티지를 갖게 되면 이러한 소통의 힘이 커질 수 있다. 따라서 PR업이 성장하기 위해 어떻게 더 큰 원동력을 가져가야 하냐는 질문에 대한 답도 그랜드 스트래티지가 될 수 있다. 어쩌면 그랜드 스트래티지 개념을 통해 PR 컨설팅의 발전과 PR펌 등의 등장 또한 가능하지 않을까.

“저는 이미 10년 전부터 학생들에게 학문은 두 개로 나눠진다고 말했어요. 바로 IT와 커뮤니케이션입니다. 다른 학문은 이 두 가지의 하위로 들어오게 된다고 봤습니다. 사회를 움직이는 것은 여론이에요. 당선된 정치인들이나 판사, 검사처럼 권리를 가진 사람들은 자기들이 권한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론 국민이 주는 권한을 가지고 쓰는 거예요. 그러니까 민심이 어떤지 보는 게 중요한 일이죠. 그래서 기업, 정부, 병원, 학교, 시민단체도 PR이 핵심 경쟁력이 되었기에, 특히 ESG 시대에요, 민심을 읽고 올바르게 선도하는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습니다."

커뮤니케이션은 혈관과 같다

신 교수는 PR을 사회학과 경영학의 결합이라고 정의한다. 또는 커뮤니케이션에 의한 사회과학이라고도 평가한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커뮤니케이션일 수밖에 없다.

“모든 인간의 행동은 커뮤니케이션이에요. 커뮤니케이션이란 우리 몸의 혈관과 같아요. 사람들이 몸에서 중요한 기관이 뭐냐고 하면 ‘심장이다, 뇌다’ 말하는데 아무리 중요한 기관이라도 피가 안 통하면 죽죠.”

피에 뭔가가 섞이면 기관이 훼손되고 생명이 위험해지기 마련이다. 그런 관점에서 신 교수는 PR의 학문적 독립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요즘 언론계 출신이 PR로 들어오는 현상에 대해 비판적이다.

“왜냐하면 이게 노하우가 축적돼야 하는 일인데, 기자 출신이 PR에 언론 담당으로 가서 실력을 쌓고 홍보실장이 되면 오케이. 그런데 처음부터 홍보실장으로 가면 인정하기 어려워요. 아까 PR이 사회학과 경영학의 결합이라고 했죠? PR에서 가장 중요한 게 쟁점 관리입니다. 쟁점을 푸는 방식을 알아야 하는데 기자들은 그런 경험을 하지 않았잖아요. 이러면 의사 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이 ‘나도 의사 할 수 있어, 내가 더 나을 수 있어’ 하는 것과 같죠. 이런 식으로 다른 학문을 한 사람이 어떤 분야에 들어와서 차지하면 그 분야가 망하는 거예요. 그 분야를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이 없어지기 때문이죠. 그럼 학교 안에 노하우가 축적되지 않습니다.”

그는 PR이 민주주의의 중요한 도구라고 평가하며, 어떤 학문과 어떤 산업이라도 학교 안에 노하우가 축적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실리콘밸리의 발전 또한 그곳에 학교들이 있기 때문이다. 학문으로서 PR의 순수성을 지켜내려는 신 교수의 목소리는 평생 PR의 학문화를 추구한 입장에선 당연한 것이었다.

“제가 그것 때문에 다른 교수들과 마찰이 굉장히 많았어요. 하지만 내가 이기적이라서 그런 게 아니에요. 이게 느슨해지면 발전을 못 한다는 거죠.”

관계로서의 PR이 미래를 좌우한다

신 교수가 이토록 삶을 바친 PR의 매력이란 무엇일까?

“세상이 변해도 변하지 않는 것은 변한다는 사실이에요. 그러니까 변한다는 것이야말로 이 세상의 가장 큰 진실이고, 그래서 진화론이 나온 거예요. 그런데 지금은 그게 맞지 않는 것 같아요. 지금은 관계를 잘하는 사람, 집단, 나라만이 성공하게 돼 있어요. 그러니까 PR을 좋아할 수밖에 없죠. PR은 진화론에 앞서 있는 개념이라고 봐요.”

세상에 적응하려면 관계가 필요하기 마련이다. 그는 분쟁과 불필요한 갈등 또한 관계의 문제에서 나온다고 보고 있다. 올바른 관계가 형성된다면 발생하지 않을 일이라는 진단이다. 그래서 진화가 성공하려면 관계가 필요하다는 게 그의 관점이다.

그러나 관계가 어렵다는 것은 모두가 인지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TV에서는 다양한 관계에 고민하는 이들의 상담 예능이 방영되고 있고, 서점에는 관계론에 대한 책들이 쌓여 있다.

“날마다 느끼는 게 관계 형성에 대한 문제죠. 그건 집, 학교, 조그마한 모임에도 다 있어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게 관계예요.”

대부분의 사람은 각자 생각하는 목적이 다르고 이쪽에서의 행동과 저쪽에서의 행동이 다르기 마련이다. 그 문제는 아무리 PR학을 연구한 학자라도 판단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요즘은 컴퓨터 속에 컴퓨터가 있을 정도로 기술이 발전하고 있잖아요? 그 기술보다 더 힘든 게 사람 속을 아는 거예요. 인공지능 기술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 기술은 어떻게든 개발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사람 간의 마음을 엮는 기술은 개발이 어렵다는 거죠. 절대 완성될 수가 없어요. 그런데 그게 잘못되면 인류가 망하는 거죠. 기술로 망하는 게 아니라 관계로 망하는 겁니다.”

개인 간의 문제에서 기업과 사회를 거쳐 국가 외교와 인류의 문제로까지 나아간다.

그의 시선은 항상 거대 담론으로 향하고 있었다. 이것이야말로 대전략(Grand Strategy)을 만들어가는 사람이 가질 수 있는 본능적 시선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이제 교육 현장에서는 떠나지만 더 큰 그의 역할이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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