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정용진 회장 향한 기대의 시선들

비상경영 체제 이마트의 ‘위기’ 둘러싸고 벌어진 아무말 대잔치
글로벌 유통산업구조 재편에서 살아남기 위한 변신 과정의 진통

재원 : 더피알=한민철·김병주·김민지 기자 ㅣ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최근 뉴스의 중심을 떠나지 않고 있다. 회장 승진 직후 발표된 이마트의 창사 이래 첫 적자와 첫 희망퇴직 소식이 유통산업 전반의 급격한 변화 흐름과 겹쳐지면서 비난과 기대의 시선이 함께 쏠리는 것이다.

카지노 : 최근의 ‘이마트 위기론’을 두고정 회장에게 경영 실패와 주가 하락 책임을 묻는 주장이 있다. 반면 그의 다양한 도전이 이마트가 우리나라의 유통산업 발전을 선도할 수 있었던 밑바탕이었다는 점에서 지금의 어려움이 제2의 도약을 향한 산고로 봐야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주가 하락, 오프라인 유통업 전체의 문제

지난달 정용진 회장의 승진 인사가 발표된 후, 언론은 일제히 이마트 위기론을 띄웠다. 그중에는 한 투자자 단체의 논평을 인용해 계열사인 이마트의 주가가 지난 5년, 10년간 각각 59%, 70%나 하락했고, 시가총액(2조 원) 대비 금융부채가 14조 원에 달한다는 내용이있다.

정 회장이 이마트 주가가 하락하고 있음에도 무리한 인수·합병으로 부채만 늘린 만큼, 주주들에 대한 사과와 밸류업 대책을 내놓는 게 승진보다 우선이라는 요지다. 주가 하락폭 자체는 사실이고, 부채비율의증가로 신용등급이 한 단계 강등된 것도 맞다.

한국거래소의 종목시세 시스템에 제시된 이마트의 10년 간 주가 흐름을 보면, 2018년 2월경 주당 30만 원이 넘었다가 이후 하락해 2024년 4월 현재 6만 원대 중반에 머물러있다. 고점 대비 5분의 1 정도로 줄어든 것이다.

그런데 ‘주가’라는 것은 원래 기본적으로 개별 기업의 퍼포먼스만 놓고 판단하기보다 해당 기업이 포함된 업종 전체와 비교해보는 것이 합당하고, 특히 유통산업은 국가경제의 흐름을 빼고 이야기할 수 없는 분야이기도 하다.

이마트의 오랜 경쟁사인 롯데쇼핑의 최근 10년 간주가 흐름을 보면, 2014년 9월 주당 34만 원을 돌파했던 것이현재 7만 원대 초반에 머물러있다. 거의 이마트와 비슷한 수준의 하락폭이다.

또 다른 경쟁사인 현대백화점의 경우 2014년 9월과 2015년 5월, 주당 16만 8000원까지 주가가 올랐지만, 이후 하락세를 보이다 최근에는 5만 원대 초반에 머물고 있다. 이마트와 롯데쇼핑에 비하면 주가 하락폭은크지않지만, 주가 반등이 쉽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다.

이처럼 이마트의 주가 하락은 이마트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매장 중심의 사업을 영위하는 유통주 전체에 해당하는문제라고 할 수 있다.

지난 10년간 유통업의 코스피 지수는 2015년 7월 고점에 오른 뒤 지속적으로 하락하다, 2020년 3월 코로나19 타격으로 최저점을 찍었다. 이후 반등했지만 3년 이상 박스권에 갇히며 2024년 4월 현재 고점 대비 약 60%에 머물러있다.

특히 유통업 지수는 장기간 PBR(Price to Book Ratio : 주가순자산비율)이 1 미만을 벗어나지 못해왔다.(현재 0.66) 이마트의 PBR은 0.16, 롯데쇼핑 0.21, 현대백화점 0.25로, 대형마트 또는 백화점 사업을 영위하는 종목의 PBR은 다른 유통업 종목에 비해 더 낮다.

이런 낮은 PBR을 두고주식 시장에서는 이마트 등의 유통주에 대해 ‘주가 반등을 기대할 수 있는 저평가 종목’으로 평가하지 않는다. 현재 유통업의 중심이 이커머스로 옮겨가고 있고, 오프라인 위주의 유통업은 올드한 사업으로 취급받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오프라인 유통업은 매출 규모를 높일 경우 매장 관리와 임대료, 인건비 등의 지출도 그만큼 상승하기 때문에 수익률의 획기적인 개선을 기대하기어렵다. 유통업 종목의 낮은 PBR은 기대 이상의 수익률 달성이 힘들다는 투자 심리가 반영된 것이라는 말이다.

이커머스, 경쟁·변신 동시 진행의 진통

지난해 연간 실적이 발표된직후 이마트는 쇄신에 돌입했다. 지난달 25일 근속 15년 이상인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접수하겠다고 밝혔고, 1800억 원 적자와 900%대 부채비율로 그룹 전체의 실적에 악영향을 미친 신세계건설 대표이사와 영업본부장 등에 대한 물갈이에 들어갔다.

‘이마트 위기론’과 관련해 부채 해소용 현금 마련을 위해 인기 브랜드인 스타벅스와 노브랜드의 지분 일부를 매각할 수 있다는 이야기와 매출 하위의 점포를 추가로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이마트 측의 표현에 따르면 ‘전략적 자산 재배치’다.

‘위기’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이마트의 무리한 사업 확장이 원인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다양한 분야로 사업 확장을 시도한 것이 적자와 부채 증가의 원인이고, 본업인 유통업에 집중해야한다는 것이다. 결과론적 해석이자 유통환경의 변화를 무시하는 안이한 주장이다.

정용진 회장은 그동안 이마트를 통해 다양한 사업 영역의 확장을 시도해왔다. 시도 중에는 큰 성공을 거둔 것도 있고 사업성 확인에 실패해 접은 것도 있다. 이에 대해 어떤 이들은 접은 사업들의 리스트를 나열해놓고는 마치 정 회장이 실패만 반복해온 것처럼 호도하기도 한다.

그러나 ‘실패만 반복해온 경영자’라 치부하기엔 정 회장의 이마트가 거둔 성공과 유지해온 유통강자로서 위상이 너무 크다. 오히려 실리콘밸리에서 성공 비즈니스의 기본으로 꼽히는 ‘실패하며 전진하기(failing forward)’ 혹은 ‘빠르게 실패하기(fail fast)’에 더 가깝다.

이커머스 시장이 이미 유통업의 주류가 된 시점에서 오프라인 위주의 유통사들이 변화에 맞춰 사업 포트폴리오를 바꿔나가는 것은 당연한 행보다. 포트폴리오 개편이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의 차이, 성공과 실패가 얼마나 빨리 판명 나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2018년 말의 SSG.COM(쓱닷컴) 출범과 2021년 11월의 이베이코리아(지마켓·옥션) 인수는이커머스 중심으로의 변화에 대응하는 노력이었다. 인수 자체가 잘못된 결정이라는 주장도 일부 있지만 방향성이 틀렸다는 주장은받아들이기 어렵다.

신세계의 이커머스 사업이 아직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최근의 실적 문제에 한 요인으로 작용한 것도 사실이다. 다만 이커머스 사업이 내실화 작업을 통해 손실 폭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신호다.

쓱닷컴은 지난해 매출이 1조 6784억 원으로 전년 대비 3.8% 감소했지만 영업손실은 1030억 원으로 전년 대비 82억 원 줄었고, 지마켓의 지난해 매출은 1조 1967억 원으로 전년 대비 9.2% 감소했지만 영업손실은 321억 원으로 역시 전년 대비 655억 원 적자 폭을 줄였다.

지난해 쿠팡은 매출 규모에서 이마트를 앞질러 사상 처음으로 유통업계 왕좌에 올랐고, 테무와 알리 등 세계시장을 휩쓸고 있는 중국계 이커머스 회사들도 국내 점유율을 늘려가고 있다. 소비·유통의 문법이 완전히 바뀌는 상황인 것이다.

신세계의 이커머스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물류통합을 이루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하는데, 이는 대형마트 규제에 기인한 문제라서 정부와 국회 등 정치적 해결이 필요한 부분이다.

이마트가 전통의 유통강자로서 갖고 있는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는 규제 해소라는 대외적 요인의 변화를 기다리고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은 정용진 회장이나 신세계그룹 입장에서 안타까운 상황이다.

서비스 다각화 그리고 주주환원

여러 환경적 장해에도 불구하고 신세계는 지금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서비스 다각화를 진행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지난해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이라는 통합 멤버십 제도 도입을 통해 각종 할인과 적립 혜택으로 소비자들에 어필하는 점은 주목된다.

또한 쓱닷컴은 신선식품 제공에 집중하기 위해 ‘신선보장제도’ 및 ‘신선직송관’ 서비스를 오픈하고, 최근에는 소포장 기획상품 ‘하루’를 출시해 1~2인 가구 소비자의 눈길을 끌고 있다.

사무용품, 탕비실 먹거리 등을 전문으로 하는 ‘비즈 전문관’을 출시하거나 수도권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심야배송 서비스시범 운영도시작했다.

이커머스 분야뿐 아니라, 본업인 오프라인 사업에서의 경쟁력을끌어올리기 위한 시도 역시하고 있다. 이마트·이마트에브리데이·이마트24 오프라인 3사의 매입·물류·마케팅 등 기능 통합하고, 할인점의 본질인 상시 저가 판매를 공고히 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어 이마트 월계점과 킨텍스점 등에서 체험형 쇼핑몰 ‘더타운몰’로 리뉴얼한 경험을 토대로, 이마트 죽전점을 새로운 식품 특화 매장과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 체험 매장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이마트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주주환원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전년도(2022년 실적)에 주당 3750원으로 역대 최대의 결산배당을 했던 이마트는 적자 전환에도 불구하고 지난 2월 1주당 2000원의 배당을 결정했다.

지난해 2월 이마트는 최저 배당은 주당 2000원으로 하되, 배당 환원재원을 기존 연간 영업이익(별도 재무제표 기준)의 5%에서 20%로 상향 조정했다. 주주의 입장에서 본다면 실적이 악화되더라도 배당금이 줄지 않고, 회사의 이익이 늘수록 초과 배당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최근 몇 년간 코로나19 등 대외 요인으로 국내 기업의 실적 악화로 인해 배당이 줄어들고 있지만, 이마트는 적자에도 배당 성향을 늘리고 있고, 2022년에는 1215억원 상당의 자사주를 매입해 주가 상승과 배당 규모의 확대 가능성을 키웠다.

오해와 편견에 근거한 인상비평들

정용진 회장이 취임 직후 인스타그램 활동을 중단했음에도 그전까지 ‘인플루언서’로 대중의 관심을 받아온 세월 탓인지 최근 상황에 대해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의견을 쏟아냈고, 메이저 언론을 포함한 여러 매체에서 이런 의견들을 여과 없이 전하는 모습도 이어졌다.

쏟아진 의견 중에는 정 회장이 경청할만한 부분이물론 일부있지만, 누적된 오해와 편견에 근거한 인상비평 수준의 부당한 것들도 있다. 유통업 전체의 문제를 이마트 만의 문제로 왜곡하거나 정 회장의 전체 경영활동 중에 부정적으로 보일 수 있는 측면에만 돋보기를 들이댄 것들이다.

단적인 예로, “경영이 숙명인 용진이형!”이라는 문구로 시작되는 이마트 노조 보도자료를 들 수 있다. 정 회장의 어록을 비틀어 꼬집은 내용 때문에 기사화가 많이 됐다.

이 글은 신세계를 국내 11대 기업으로 성장시킨 공은 오롯이 이마트 사원들에게 있고 이마트를 경영해온 정 회장은 실패만 거듭해온 경영자라는 인상을 덧씌운다. ‘세상에 경영자는 실패했는데 사원들만의 힘으로 성장하는 기업이 있나’ 하는 의문이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몇몇 메이저 매체에 의해 “뼈를 때렸다”는 식으로 크게 보도된 모 증권사 보고서는 더 이상하다.

경영실적도 제대로 공개되지 않는 비상장 스타트업을 종합유통회사 이마트와 비교한 것도 황당한데, “왜 사업을 못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까”라는 무책임한 자문에 “소비자가 편리할수록 기업의 이윤은 줄어든다는 생각을 아직 갖고 있는 듯하다”는 무책임한 자답까지 내놓았다.

특별한 대안도 없이 인상비평식으로 경영에 실패했다느니, 주가 하락을 책임지라느니 지적은 누구나 할 수 있다. 다만 사업 분야 다각화에 몇 년 적자를 내고 부채가 늘었더라도 경쟁에서 살아남으려고 치열히 노력하면서 주주 환원에도 손 놓지 않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없다.

소셜미디어 활동과 취미도 끊고 경영에 매진하고 있는 정용진 회장이 보여줄 퍼포먼스를 계속 지켜봐야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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