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에 출연한다는 것은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종편에 출연한다는 것은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어려운 문제는 아니다. 새로운 문제는 더더욱 아니다. 과거에도 조중동으로 대표되어지는 수구언론에 칼럼을 쓴다는 이유 등으로 비판을 받았던 진보 인사의 수는 적지 않았다. 그리고 그 때도 지금과 같은 논란이 있었으며 그 때 그 지식인의 편을 들어주는 이가 지금보다 훨씬 더 적은 경우도 있었다. 내가 가장 정확하게 기억하는 예가 조선일보 창립 기념 행사에 노회찬이 참석했던 건데 그 때 노회찬은 그야말로 융단폭격 수준으로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그 때 지금의 종편 출연 연예인이나 김연아처럼 노회찬을 옹호해 주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물론 정치인 혹은 지식인과 연예인 혹은 스포츠 스타를 동일한 잣대 위에 놓고 판단할 수는 없다. 그러나 동시에 연예인 혹은 스포츠 스타를 무조건적인 ‘예외’로 삼는 것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러한 시선이야말로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는 정치 사회적으로 입장을 갖지 않는 것만이 아니라 갖지 ‘못하는’ 존재로 여기는 것이라서다. 즉, 얼핏 보면 단순한 직업적 예외인 것 같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들을 별 생각 없는 ‘광대’로 취급하는 인식과 맞닿아 있다. “어차피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가 무슨 생각이 있겠나? 그냥 기획사나 매니저가 하라는 대로 하는 거지…”라는 인식 말이다. 이러한 인식은 과연 타당한 걸까?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는 이러한 인식에 동의할까?

백번 양보해서 그것을 직업적 예외라고 인정해도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는데 최근 들어 많은 불이익을 감수하면서도 사회적 발언을 하는 ‘소셜테이너’들의 존재 때문이다. 같은 연예인임에도 불구하고 소셜테이너들의 경우엔 자신의 불이익을 감수하면서까지 사회적인 목소리를 낸다. 만약 종편에 출연하는 연예인들을 직업적 예외라고 인정을 해 버리면 이들이 감수하는 수많은 불이익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그저 ‘특이한 경우’라고 생각해 버리면 될까? 어차피 나중에 정치를 하려고 하는 쇼라고 생각하면 되나? 그걸 통해 오히려 인지도를 쌓고 돈을 벌었다고 생각을 해 버릴까? 어떻게 하는 것이 공정한 시선일까? 그저 종편 출연 연예인은 비판 말고 이들을 ‘칭찬’하기만 하면 되는 걸까?

답은 어렵지 않다. 종편에 출연했다고 해서 무조건 비난할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에 대해서 비판하는 것 자체가 옳지 못한 것은 아니라고 여기면 된다. 충분히 ‘논쟁’해 볼만한 사안인 것이고 그 논쟁의 결과가 꼭 ‘옳음’과 ‘그름’ 둘 중 하나로 결론이 날 필요도 없다. 아니 어째서 둘 중에 하나가 정답이어야 하는가? 토론이라는 건 바로 이처럼 그 답이 명확하게 갈리기 어려운 사안에 대해서 하는 것이 아닌가?

최근 가장 논란이 된 허지웅씨에 대한 논란 역시 마찬가지다. 그가 종편에 출연 한다는 것에 대해서 얼마든지 비판을 할 수 있고 비판에 대한 비판 역시 할 수 있다. 아니 오히려 아주 좋은 논쟁 사안이며 반드시 한번쯤은 해야 할 사안이다. 사실 우리 사회에 있어 ‘직업윤리’라고 하는 것만큼 사람들의 관심으로부터 외면당하는 사안도 별로 없지 않은가? ‘밥벌이’라는 말 하나면 아무리 치열한 논쟁이라도 바로 멈추고 다들 함구하는 사회 분위기야 말로 우리 사회를 현재와 같은 물질만능주의로 이끈 핵심 가치이기 때문이다. 차라리 지금처럼 공론의 장으로 떠올랐을 때 실컷 논쟁 해 보는 것이 여러모로 효과적이다.

그리고 하나 더. 옳고 그름도 중요하지만 현실적인 문제도 매우 중요한데, 만약 유명 연예인들이 ‘직업인’으로서 혹은 ‘밥벌이’로써 종편 러시를 이뤄 종편 시청률이 뛰어 오르면 그 땐 현재의 논쟁이 어떤 의미가 될까? 종편 초기에 기를 죽여 놓자는 식의 ‘전략적 비판’을 말하는 게 아니다. 현실적 문제는 가치적 문제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중요하게 고려되어져야 한다는 말이다. 물론 가치 논쟁은 그 자체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지만, 동시에 가치 논쟁 자체만을 가지고는 현실적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을 수 없기도 하다. 따라서 종편을 환영하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종편 참여 출연자들에 대해 적절하고 합리적인 반대 ‘의사 표시’ 방법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출연자들에 대한 인격적 모독을 하지 않으면서도 반대의 뜻을 충분히 전할 수 있는 방법 말이다.

EBS <지식채널e> 전 담당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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