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성으로 고객 잡는다 ‘공간 스토리텔링’

예술성으로 고객 잡는다 ‘공간 스토리텔링’

[이승윤의 DIGILOG] 왜 상업 시설은 미술관화되어가는가 (下) “내가 전시장에 왔나?”

젠틀몬스터, 아더에러의 개성적인 브랜드 체험 공간 ‘제품보다 신념’
오프라인 고객 경험 위해 ‘예술’로 스토리텔링…감상과 이해 유도

investing : 더피알=이승윤 | 젠틀몬스터의 공간적인 도전

ai 투자 : 오픈 당시 하우스 도산 1층에서 방문객을 맞이한 것은 인기 상품이 아니라 아티스트 프레데릭 헤이만(Frederik Heyman)이 만든 거대 아트 설치물이었다. 회사가 주력으로 판매하는 선글라스나 화장품 제품은 단 하나도 1층에 보이지 않았다.

먼저 읽을 기사:왜 상업 시설은 미술관화되어가는가

2층, 3층에 올라가면 판매하는 제품들이 보이지만, 여전히 주인공은 제품이 아니라 공간에서 화려하게 빛나고 있는 각종 창의적인 아트 작품들이다. 2층을 방문하면 아티스트 요나스 린드스트롬(Jonas Lindstroem)이 만든 영상 ‘TRUTH OR DARE’가 거대한 미디어 디스플레이를 통해 보인다.

3층 역시 젠틀몬스터 로봇 랩이 직접 만들어낸, 다양한 아트적 속성을 지닌 육족 보행 로봇 ‘프로브'(The Probe)가 주인공이다. 거미를 연상케 하는 이 로봇을 통해 해당 공간의 예술적 테마인 ‘진취적인 활동성’이 자연스럽게 방문객들에게 전달된다.

결국 전체적인 공간을 둘러보면, 제품은 존재하지만 제품보다는 공간에서 전달되는 예술성이 더 크게 느껴진다. 방문객들은 이곳이 선글라스로 유명한 젠틀몬스터가 만든 공간인지, 유명한 갤러리에서 만든 아트 작품 전시장인지 헷갈릴 정도다.

지하에 자리 잡은 디저트 카페 ‘누데이크'(NUDAKE) 역시 예술성에 방점을 찍는 형태로 운영된다. 이 공간을 방문하면 패션쇼 런웨이에서 자신의 개성을 뽐내며 관객들을 맞이하는 형태로 디저트가 제공된다.

패션쇼에서 모델이 걷는 무대처럼 만들어진 길게 뻗은 디스플레이 위에 독특한 모양의 디저트들이 개성을 뽐내며 자리 잡고 있다. 디저트 하나하나가 예술작품처럼 보이도록 의도적으로 만들어 제공된다.

브랜드 신념을 온몸으로 체험

젠틀몬스터의 공간 성공 방정식은 다른 많은 브랜드에 영향을 주고 있다. 비슷한 형태로 예술적인 공간을 만들어 경험을 전달하는 곳이 바로 패션 브랜드 ‘아더에러'(ADER ERROR)다.

아더에러는 2014년에 설립된 의류 판매 브랜드다. 흥미로운 사실은, 그들 스스로를 ‘패션 문화 커뮤니케이션 브랜드’라고 공공연히 소개한다는 점이다.

아더에러의 핵심 브랜드 가치는 ‘재편집'(EDITISM)에 있다. 장르·성별 등의 경계를 허물고, 일상에서 우리가 접하는 것을 끊임없이 해체하고 재해석하고 새로운 시야로 바라보도록 만드는 것이 이 브랜드의 철학이자 신념이라고 이야기한다.

아더에러도 젠틀몬스터처럼 오프라인 공간을 통해 복잡한 그들의 브랜드 신념을 온몸으로 체험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설립 1년이 되지 않은 2015년에 한남동 쇼룸을 오픈한다. 이후 2016년부터 아더에러 플래그십 스토어 시리즈인 아더 스페이스(ADER SPACE)를 성수, 가로수길, 한남동에 차례로 연다.

아더 스페이스의 가장 큰 특징 역시 ‘예술성’이다. 공간에서 제품보다 예술성이 더 느껴지도록 만든 것이 특징이다. 성수에 오픈한 아더 스페이스 2.0 공간을 방문하면 고객들은 마치 우주 공간에 온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들어가는 입구에서부터 우주에서 운석이 떨어져 생긴 분화구 같은 싱크홀이 보인다. 공간 곳곳은 우주와 우주선을 콘셉트로 한 다양한 예술성을 보여주는 작품들로 채워져 있다. 방문객들은 우주선 안에서 창을 통해 외부 우주를 바라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피팅룸에서 옷을 갈아입고, 구매한 옷을 우주 정거장처럼 생긴 곳에 가서 계산하는 경험을 한다.

전체적으로 하나의 스토리를 가진 새로운 체험형 아트 전시회에 온 듯한 경험을 하도록 섬세하게 공간이 구성되어 있다. 아더에러는 균열로 인해 경계가 무너진 새로운 차원의 시공간을 우주를 테마로 표현함으로써 그들의 핵심 브랜드 철학인 ‘EDITISM’을 전달했다고 설명한다.

오프라인에서 고객 경험 전달

그렇다면 왜 지금 상업용 매장들이 예술성을 품은 형태로 변해갈까? 우선 디지털의 발달로 굳이 제품을 매장에서 팔지 않더라도 온라인을 통해 판매할 수 있기 때문에, 오프라인에서는 고객 경험을 전달할 기회가 늘어났기 때문이라 하겠다. 결국 오프라인에서 어떤 고객 경험을 줄 것인가의 문제다.

수많은 제품이 넘쳐나는 이 시기에, 단순하게 제품을 중심으로 한 스토리텔링으로는 공간의 매력을 부각시킬 수 없다고 기업들은 생각하기 시작한다. 그때 예술시장의 성장세가 보인다. 독특한 개성을 가진 MZ세대가 예술품에 열광하고 돈과 시간을 투자하기 시작한 시점이다.

기업들은 그들이 판매하는 제품을 예술품처럼 감상하고, 예술품처럼 이해하도록 할 수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이르렀을 것이다. 매장을 예술 공간처럼 구성하고, 그 안에서 제품이 예술적 가치를 지닌 것처럼 포장할 수 있다면, 고객은 좀 더 의미 있는 방식으로 제품을 들여다볼 거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그런 이유로 최근 많은 상업 브랜드들이 예술성을 품은 공간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정말 예술성이 느껴지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기 위해선 그 공간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 있는 철학과 신념이 필요하며, 그것들을 뚝심 있게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젠틀몬스터와 아더에러의 공간적인 도전은 흥미롭다. 앞으로 더 많은 상업 브랜드들이 그들이 만든 제품이 예술품처럼 존중받을 수 있도록 각자의 방식으로 다양한 공간적인 시도를 해나갈 것이다.

Tag#하우스도산#누데이크#젠틀몬스터#아더에러#플래그십#스토리텔링저작권자 © The PR 더피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이승윤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디지털 문화심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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