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네 그림 속 맥주가 우리 제품일 확률은?” 어느 PR인의 질문

“모네 그림 속 맥주가 우리 제품일 확률은?” 어느 PR인의 질문

[CREATOR 플러스] 당신은 질문할 줄 아는 사람인가?

창의적인 발상은 ‘다른 질문’으로부터 시작된다
칸 라이언즈 수상 캠페인들이 던진 돋보이는 질문들
알레르기 약 브랜드의 ‘꽃가루 줄이기’ 프로젝트 등

ai주식/주식ai : 더피알=소영식|지난해 6월, ‘칸 라이언즈’를 직접 참관할 기회가 있었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모든 게 처음인 일정이었다.

investing : 프랑스도 처음이고, 칸도 처음이고, 무엇보다 이 업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그 축제의 현장에 가는 것도 처음이었다. 모든 게 처음이었기에 나에게 어떤 ‘처음’을 안겨줄까 하는 기대감이 칸에서의 일정 내내 함께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칸은 나에게 하나의 화두를 던져주었다.

나는 질문할 줄 아는 사람인가?

칸 일정이 끝나고 ‘칸 라이언즈 인사이트’라는 제목으로 수많은 콘텐츠가 쏟아져 나왔다. 모두 맞는 말이고 모두 주목할 만한 인사이트를 담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도 그랬고, 벌써 반년이 지난 지금도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단 하나는, 어쩌면 해묵은 키워드일지도 모를 ‘질문’이었다.

굳이 ‘챗GPT’ 이야기를 꺼내지 않아도 ‘질문’은 오래전부터 크리에이티브의 시작과 같은 역할을 해왔다. 검색을 위해 키워드를 입력하던 세상에서 문장을 입력하는 시대로의 전환은 이 질문의 힘을 다시 한번 각인시키는 기회가 되고 있다.

이것은 곧 ‘나는 질문할 줄 아는 사람인가?’ 하는 반성의 시작이기도 했다.

2023년 ‘칸 라이언즈’에서 질문이 돋보였던 캠페인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왜 봄이 되면 도심엔 꽃가루가 많이 날리는 걸까?

봄날 꽃가루 알레르기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다. 보통 이러한 현상에 대해 질문한다면 ‘꽃가루 알레르기를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가 가장 일반적일 것 같다.

그런데 시카고의 ‘에너지 BBDO’가 한 질문은 달랐다.

‘왜 유독 도심에서는 꽃가루가 많이 날릴까?’

그리고 중요한 사실 하나를 발견한다. 나무에도 암나무와 수나무가 있다는 것. 꽃가루는 수나무에서 많이 발생하는데 도심 도로변에는 주로 수나무를 많이 심었다는 것이다, 꽃가루 흡수처 역할을 해야 할 암나무가 부재했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이들은 암나무를 심는 프로젝트(DIVERSITREE)를 진행했다. 당연한 것이라 여겼던 인식을 넘어선 질문 하나가 알레르기약만이 솔루션이라고 생각했던 우리에게 보기 좋게 카운터펀치를 날렸다.

뒤늦게 공부하다 안 사실인데, 이러한 정보는 놀라운 발견이라기보다 이미 많은 식물도감에 기록된 내용이었다. 답은 언제나 가까운 곳에 있다. 우리는 그곳으로 가는 길을 찾지 못했을 뿐이다.

명화 속에 등장하는 맥주는 어떤 브랜드일까?

벨기에 맥주 브랜드 스텔라 아르투아는 1366년에 시작되었다고(1366년 벨기에 루벤의 양조장이 시작이었다는 것을 근거로) 말한다.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로고를 가진 브랜드라는 자부심은 이런 질문을 한다. ‘1366년 이후 그려진 그림들 속에 등장하는 맥주는 스텔라 아르투아일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그래서 그들은 과학적인 방식으로 그것을 증명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반 고흐, 모네 등 유명한 화가들의 작품 속에서 스텔라 아르투아의 흔적을 찾는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여기에는 인공지능의 역할이 컸다. 그림이 그려진 연도, 작품 속 배경이나 작가 활동의 지리적 위치, 술잔 속에 담긴 맥주의 색을 기본 데이터로 하여 스텔라 아르투아일 가능성을 백분율로 보여주었다.

그 숫자의 신빙성에 대해 이야기할 필요는 없다. 이것만으로도 오랜 역사를 가진 브랜드라는 인식과 명화를 감상할 때마다 자연스럽게 스텔라 아르투아 맥주를 떠올리게 한다는 점에서 충분히 획기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시작은 질문이었다.

당신은 질문할 줄 아는 사람인가?

이 업에 있다 보면 다른 에이전시에서 진행한 프로젝트를 보며 감탄을 내뱉기도 하지만 ‘아, 나도 생각해낼 수 있는 거였는데’ 하는 아쉬움으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다.

그들은 생각하고 나는 생각해내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감각이 달라서? 보고 배운 게 차이 나서? 수많은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결국 질문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을 달리 보게 만드는 질문, 전가의 보도처럼 내려오는 초식에 반기를 들게 하는 질문. 질문의 힘은 한마디로 ‘선명함’이라 정의하고 싶다.

크리에이티브가 해야 할 일을, 그리고 가야 할 길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힘. 그 힘이 부럽다. 다행인 건 이 힘은 타노스의 반지와 달리, 원하는 누구나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모두가 이 힘을 갖게 되어 올해 혹은 내년 ‘칸 라이언즈’에서 진검승부를 할 날을 기대해본다. 많은 수상작 속에 우리나라 작품이 상대적으로 적어 보이는 것은 기분 탓만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Tag#칸라이언즈#클라리틴#에너지BBDO#스텔라아르투아#거트저작권자 © The PR 더피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소영식엔자임헬스 상무. PI컨설팅, 브랜드 포지셔닝 전략 컨설팅, 공공소통 메시지 전략 컨설팅 등에 특화된 광고홍보 전문가다.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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